카테고리 없음

바다거북스프

understandingjin 2025. 4. 3. 13:48

 

어느 날, 한 남자가 해안가의 조용한 레스토랑에 들어섰다. 그는 웨이터에게 바다거북 수프를 주문했고, 따뜻한 수프가 담긴 그릇을 받아들었다.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은 순간,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미묘한 불안이 그의 얼굴을 스쳤고, 그는 조용히 주방장을 불렀다.

 

"실례합니다. 이게 정말로 바다거북 수프가 맞나요?"

주방장은 잠시 당황한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틀림없는 바다거북 수프입니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계산을 마친 후, 조용히 레스토랑을 떠났다. 그리고 몇 시간 후, 그의 시신이 자택에서 발견되었다.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손에는 바다거북 수프의 영수증이 쥐어져 있었다.

 

 

 

남자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끔찍한 기억 때문이었다. 몇 년 전, 그는 배를 타고 여행을 떠났지만, 그 배는 예기치 못한 폭풍우에 휩쓸려 침몰했다. 몇 명의 생존자들과 함께 구명보트를 타고 살아남았지만, 구조는 오지 않았다. 몇 날 며칠을 굶주린 끝에, 사람들은 점점 미쳐갔고, 누군가 조용히 말했다.

"이제 선택을 해야 해."

그들은 점점 쇠약해지는 사람을 먼저 희생하기로 했다. 찢어지는 비명이 어두운 바다 위로 퍼졌고, 피가 물속으로 스며들었다. 남자는 눈을 감지 못한 채, 떨리는 손으로 입을 가렸다. 하지만 더 끔찍한 것은 그 다음이었다. 생존자 중 한 명이 모닥불 위에서 끓인 국물을 건넸다.

"이건 바다거북 수프야. 먹어. 살아야지."

그는 망설였지만, 살고 싶었다.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그는 입을 벌렸다. 따뜻한 국물이 혀를 타고 넘어가자 이상한 감각이 스쳤다. 하지만 그는 외면했다. 그렇게라도 살아야 했으니까.

그러나 몇 년 후, 레스토랑에서 바다거북 수프를 먹었을 때, 그는 깨달았다. 그때 먹었던 것은 바다거북이 아니었다. 진짜 바다거북 수프의 맛은 전혀 달랐다. 혀끝에 스치는 식감도, 목을 타고 넘어가는 감각도 너무나 달랐다.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날 밤, 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남자는 국자를 들고 있었다. 국물 속에서 희미하게 떠오른 것은... 사람의 손가락이었다. 살점이 벗겨진 손톱과 물에 불어 터진 피부, 그리고 익어버린 뼈.

그가 먹었던 것은 사람이었다.

 

 

그 잔혹한 진실이 그의 머리를 덮치자, 그는 견딜 수 없었다. 죄책감과 공포, 그리고 늦어버린 깨달음이 그를 옥죄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머리를 감쌌지만,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남긴 것은 단 하나, 바다거북 수프의 영수증이었다.